저자: 정태헌
발행일: 2017.01.20.
발행처: 선인

책 내용

일제강점기의 한반도 경제 역시 자본주의 체제로 작동되었고 운영의 주체는 일본 정부, 조선총독부, 일본과 조선의 일본인자본가였다. 자본주의와 국가의 관계는 태아와 엄마의 관계와 같다. 태아는 엄마 없이 살 수가 없다. 특히 자본주의 경제의 세 주체(개인, 기업, 정부) 중 주권국가-정부의 존재는 필수적이다. 국가는 자국 기업을 위한 국내외정책을 시행하고 거대한 시장을 조성하면서 자국 경제와 기업의 상황에 따라 19세기 30~40년대의 영국과 독일처럼 자유무역정책 또는 그와 반대로 보호무역정책을 추진했다. 오늘날 자유무역, 세계화의 선봉자인 미국도 제2차 세계대전 전까지 강력한 보호무역정책을 시행한 나라였다.

근대나 자본주의를 거론하면서 정작 가장 중요한 국가주권 문제를 간과하는 경우가 많다. 이런 인식은 일본이 수탈과 지배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한반도에 세운 철도, 학교, 공장 등 근대의 겉모습을 보고 착시현상에 빠지곤 한다. 근대-자본주의와 식민지적 근대-식민지자본주의 사이에서 겹치는 부분이 바로 이러한 겉모습이다. 양자의 질적 차이를 혼동하는 근대주의 역사상은 기간산업인 철도를 볼 때도 철도주권 문제를 간과한다. 근대주의에 매몰된 상황 인식은 ‘국망’으로 귀결되었다. 그러나 오늘날에도 근대주의 망령은 여전히 한국 사회를 배회하고 있다. 철도는 근대와 식민지적 근대의 차이를 몰각한 근대주의 환상을 시각(視覺)적으로 깊게 심어준 ‘근대 문물’이었다.

[인터넷 교보문고 제공]